짧지만 풍요로웠던 마지막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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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프로젝트를 끝내며..

이곳에서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끝났다. 끝났다기보다 끝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사실 이곳에서 나간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올 때까지 압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이한 프로젝트였다. PM의 역할을 했지만 PM 이 아니며 PL의 일도 했지만 PL로 불리지도 않았고 아키텍트의 역할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를 그냥 개발자로 부른다. 명칭과 타이틀은 상관은 없다만 내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수의 국내 대기업과 같이 협업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다소 특이한 형태이긴 했다. 나는 내가 속한 기관의 개발자이면서 전 시스템을 설계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속한 기관을 대표하는 역할은 또 아니었다. 회사 내에서도 회색 지대에 머물..

일상 2024.03.26

ChatGPT 코드 생성 - 쓸만한가

요즘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화제를 몰아가고 있는 ChatGPT를 사용해 보았다. 직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지라 코드 생성에 관한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았다. 첫 번째 질문은 간단한 2개의 숫자를 다하는 함수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Implement a function that adds two input integer parameter and returns in Java 응답은 빨랐는데, Certainly! Here's a simple Java function that adds two integer parameters and returns the result: 아래는 생성된 코드다. public class AddTwoIntegers { public static int ad..

일상 2024.02.06

코로나 바이러스 - 프로그래밍?

감기에 걸렸다. 독감 같기도 하고 일반 감기 같기도 한데 심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전신이 불편하고 무엇보다 목이 아파서 말을 할 수가 없다. 말이 안나온다. 쉰 목소리도 아니고 아예 나오질 않는다. 약 먹고 쉬는 수밖에 없는데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려고 하는데 말이 안 나와서 당황스러운 것 빼고는 말 안 하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는 코로나에 걸린 일이 있다. 그때도 지금처럼 아팠는데 증상이 감기와 조금 달랐다. 약 복용과 Netflix로 집에서 쉬고 있는데 아마도 직업때문에 그런지 모르겠는데.. 아니 직업 때문에 그렇다. 감기와 코로나 증상이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거의 높은 확률로 사람이 만든 것이라고 본다. 즉, 프로그램된 바이러스다. 이렇게 생각..

일상 2024.01.09

늙은 개발자

늙었다는 것, 오래된 것, 나이 든 것 모두 한국에서는 죄악이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현재 한국 상황에서는 이렇게 모두 받아들이는 것 같다. 이제 사진에서 보이는 이런 길을 찾아보기 점점 힘들다. 개발 논리에 밀려서 모두 회색빛, 가까이서 사진 찍으면 전국 어디에 있는 건물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는 고층 아파트로 대체된다. 오래된 동네나 집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유적지, 역사적 장소, 상징적 물체 모두 기억에 남을 정도만 남기고 구석으로 그리고 주위를 빙 둘러싼 아파트, 상가에 의해 존재감은 사라진다. 오로지 기능만을 목적으로 하는 조선의 핏줄이 아니랄까 봐 경제 논리, 편의성을 앞세워서 개선보다 획일성, 경제성을 추구하는 행태를 보면 어질어질하다.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잠깐 기능성의..

일상 2024.01.03

아이폰과 갤럭시

삼성전자에서 만든 갤럭시는 늙은이(틀딱)이나 쓰는 것이지 젊은 사람이나 어린 사람들은 무조건 아이폰을 선호한다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선호 정도가 아니라 갤럭시 쓰는 사람을 무시 혹은 경멸한다고 하니 사람의 이미지를 바꿀 정도의 격차가 벌어진 것 같다. 이건 나도 젊은 친구나 어린 친구들을 우연히 만날 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사실 이런 말들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나는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을 복사 수준으로 베끼기위해 특허를 침해하고 그 결과 1조가 넘는 배상금을 지불한 사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애플의 디자인과 성능은 넘사벽이다. 이건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 라고 하는 애플의 수석 디자..

일상 2023.12.14

왕모, 안녕 나의 소녀 시절이여

이 다큐멘터리는 2017년 KBS에서 방영된 것인데 왕모라고 하는 히말라야 지대에서 사는 16세 소녀가 주인공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많은 형제들과 생활하게 되고 돈이 없어 학교도 못 가고 잘 먹지도 못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아니 미래가 있긴 있었다. 주위의 (아무)남자에게 일찍 시집가서 본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예상되는 미래였다. 왕모는 이때 출가하기로 결심하는데 이게 어떤 이유에 의해서인지는 잘 모른다. 가족의 생계 때문인지 아니면 티베트이라는 나라의 문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알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두 개가 얽혀있는 복잡한 이유인 것 같다. 16세라는 나이를 감안하고 따뜻한 감성의 소녀라는 사실 때문에 생계 때문이라는 것이 더 큰 이유가 아닌가 하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영화보다 ..

일상 2023.12.08

분노하고 분노하라

영국의 딜런 토머스(Dylan Thomas, 1914~1953)라고 하는 사람이 지은 시에 나오는 문구인데 이 양반은 중졸에 술주정뱅이였는데 40세의 나이에 요절했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가수 밥딜런이 이 사람에게 영감과 감동을 받아 자신의 이름까지 바꿔 버렸다. 저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세요 라고 한국어로 해석이 되는데 원어는 Do not go gentle into that good night 이다. 역시 번역을 해 놓으면 느낌이 와닿지 않는다. 엔지니어링 문서도 번역을 하면 전혀 다른 종류의 문서가 된 느낌과 같은 것 같다. 인터스텔라라고 하는 영화에 등장하는 브랜드 교수가 이 시를 인용해서 나도 알게 되었는데 분노라고 하는 단어 ..

일상 2023.12.07

몽촌토성

몽촌토성은 내가 생각하기에 서울에서 가장 이름이 예쁜 지하철역 이름이다. 꿈꾸는 마을.. 참으로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백제시대의 유적지라고 하는데 사실 어제 자전거 타고 갈려고 했던 목적지였는데 계속 가다간 얼어 죽을 것 같아 포기한 곳이다.) 이 이름이 예쁘다고 느끼는 사람이 몇몇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강남역', '김포공항역', '발산역', '신도림역' 이런 무미건조한 이름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고 한번 들으면 잊히기 어려운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백제 시대에 이름을 지었는지 그 이후에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온 나라(나라라고 불릴 자격도 없지만) 가 자폐증과 자조증에 걸린 조선 시대에 이 이름을 지었다면 그 사람은 가히 혁명가라고 할 만하다. 말 나온 김에 조선시대 왕궁을 가 보면 이게 한때 왕이 살았다..

일상 2023.12.04

그 많은 시니어 엔지니어는 어디에 있나?

시니어 엔지니어(Senior Engineer) 는 내 기준으로는 한 분야에 최소 20년 이상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최소 나는 어디 가도 시니어라고 불린다. 한국에서는 나이 기준 그리고 직장 타이틀로 시니어란 이름을 많이 붙이는 바람에 용어가 전문성을 뜻하지는 않게 된 지 오래됐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요즘엔 시니어를 찾는다는 구인 광고를 보면 5년 이상, 7년 이상 이렇게 적혀있는 곳이 제법 보이는데 내 생각과 틀리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약간 특이한 것인데 민간 항공과 드론의 중간에 속하는 분야이다. 새로 개념이 나오고 개념 증명(POC) 을 하는 단계지만 상당히 전망이 좋다는 평이 나오는 관계로 업계에서 여기저기서 뛰어들고 있다. 당연히 처음 내가 이 프로젝트에 뛰..

일상 2023.11.28

MBTI, 혈액형, 패턴

MBTI라고 있다. Myers-Briggs Type Indicator라고 하는데 일종의 심리 검사 방법인데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몇 번 재미 삼아해 봤는데 모두 같은 유형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아인슈타인, 뉴턴, 그리고 네오까지 같은 종류의 인간형이란 분류가 나와서 내심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하게 심리와 성향을 검사하는 방법이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던 혈액형에 의한 분류 방법이 있다. 이 방법으로 해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던 기억도 있다. 혹자는 이런 방법이 모두 재미를 위한 것뿐이며 미신에 가까우며 맹신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조금 모자라거나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한 관심종자라는 식으로 편하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분류를 좋아한다. 한편 생각하면 왜 이런 분석 방법과 결과는 ..

일상 202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