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끝났다. 끝났다기보다 끝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사실 이곳에서 나간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올 때까지 압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이한 프로젝트였다. PM의 역할을 했지만 PM 이 아니며 PL의 일도 했지만 PL로 불리지도 않았고 아키텍트의 역할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를 그냥 개발자로 부른다. 명칭과 타이틀은 상관은 없다만 내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수의 국내 대기업과 같이 협업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다소 특이한 형태이긴 했다. 나는 내가 속한 기관의 개발자이면서 전 시스템을 설계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속한 기관을 대표하는 역할은 또 아니었다. 회사 내에서도 회색 지대에 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