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풍요로웠던 마지막 프로젝트

일상

MBTI, 혈액형, 패턴

수지잡스 2023. 10. 18. 12:50

MBTI라고 있다. Myers-Briggs Type Indicator라고 하는데 일종의 심리 검사 방법인데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몇 번 재미 삼아해 봤는데 모두 같은 유형이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아인슈타인, 뉴턴, 그리고 네오까지 같은 종류의 인간형이란 분류가 나와서 내심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비슷하게 심리와 성향을 검사하는 방법이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던 혈액형에 의한 분류 방법이 있다. 이 방법으로 해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던 기억도 있다. 혹자는 이런 방법이 모두 재미를 위한 것뿐이며 미신에 가까우며 맹신하는 사람들은 머리가 조금 모자라거나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한 관심종자라는 식으로 편하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분류를 좋아한다. 

 

한편 생각하면 왜 이런 분석 방법과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나온 적이 없을까? 아마도 이런 식의 분석적 사고를 조롱하고 낮춰보는 사회적 시각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식의 작업을 하는 사람은 쉽게 말해  참 복잡하게 산다, 할 일 더럽게 없네 란 소리 아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내 성격이 왜 이럴까 하는 고민을 한 적이 많았다. 다른 사람과 조금 틀린 것 같고 뭔가 사회부적응자가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다. 성격일 뿐이고 다른 사람의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분석을 보고 나서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이 있구나 하는  일종의 안도감이 들었는데 이건 원인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그동안의 과정과 결과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MBTI 나 혈액형에 의한 분류는 사실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다. 과학,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운동 모두 패턴을 찾거나 패턴을 이용한 작업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많은 패턴이 있으며 대가들은 이런 패턴을 이용하여 소프트웨어를 만들라고 권고하고 있다. 근데 요즘 여러 사람과 기관과 함께 작업을 해 보다 보니 이런 패턴을 이용하는 것 같지 않다. 아니 UML을 이용한 구조화된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만드는 것 같지도 않다. 이 사람들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소프트웨어와 그렇게 동떨어진 조직과 회사가 아닌데도 그렇다.

  

속담도 패턴이다. 유유상종이란 비슷한 인간들끼리 어울린다는 뜻인데 이런 패턴이 많다는 의미이고 실제로 현실에서 보면 정말로 맞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남자를 잘못 만난 비련의 여자는 있을 수 있지만 퍼센트로 따지면 10 % 이하라고 확신한다. 겉으로 보기에 청순해 보이는 여자가 남자에게 일방적으로 착취당하는 패턴은 겉으로 보기와는 다를 확률이 높다. 

왜 저 두 사람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항상 같이 있을까, 왜 저렇게 사이가 좋을까 하는 의문은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면 이해가 된다.  경험상 유유상종이란 패턴은 이제까지 깨진 적이 없다.

 

이런 식의 패턴에 대한 경험을 해보고  일을 하면 앞으로의 일이 그려질 경우가 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머릿속에 먼저  그림을 그린 후 손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경험이 쌓일수록 큰 그림이 그려질 경우가 많다. 좋은 결과가 예상되면 다행이나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경 우 이를 미리 알리는 편이긴 한데 상대방이 이런 패턴을 모를 경우엔 대화가 되질 않는다. 

 

요즘에는 이런 식의 패턴을 이야기해 주면 꼰대 소리 듣기 때문에 아예 이야기하지를 않는데 차라리 좋은 패턴의 전형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더구나 현대와 같은 복잡한 사회와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나만의 패턴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내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인생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패턴의 인생을 살았던 인간이라야겠지.

 

아니면 그런 사림이 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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