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은 프로그램에서도 아주 중요하지만 일상에서도 많은 영향을 준다. 직관이라고 하는 감각에 특히 관련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Criminal Intent의 형사 고렌이 아주 좋은 예다. 직관이란 보면 안다는 뜻인데 디테일을 잘 낚아채는 것도 선천적인 재능이 아닐까 한다.
생각나는 디테일의 예를 들자면,
이 사람, 논문 조작 진위 공방이 매스컴에 한창이었을 때 언젠가 억울하다며 드러누워서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다. 나는 이때 논문 조작이 확실하다고 느꼈다. 조작이 없는 자기 연구 결과를 누군가 폄하하고 모욕한다고 한다면 내가 황우석이라면 정말 화가 났을 것 같다. 병원이 아니라 기자 회견을 열어서 강력하게 대처를 하던가 어떤 형식이던 울분을 토했을 것 같다.
근데 엉뚱하게도 억울하다고 병원으로 간다? 이건 너무 이상했다. 지금은 조작했다고 자백했지만 과학자, 엔지니어가 이런 일을 하면 안된다. 욕심 때문에 그랬다고 하는데 뭔가 공명심과 허영이 뒤에 깔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힐하우스의 유령' 이라는 제목의 공포 영화다. Netflix에서 방영하고 있는데 여기 나오는 사람들 모두 이해할 수 없는 게 유령이 한밤중에 나타났는데도 불을 켜지 않는다.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인데 기겁을 하면서 라이트부터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절대 불을 켜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이 영화를 보기 싫었는데 사실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서 다 보긴 했다. 여전히 궁금하다.
이 영화는 워낙 유명한데 끝까지 보긴 했다만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게 왜 좀비가 득실거리는데도 몸을 방어하기 위한 도구를 착용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나 같으면 하다못해 두꺼운 종이로라도 목, 팔, 다리 전부 보호하려고 시도했을 것 같다.
시즌이 11까지 있는데 경찰 진압복을 입은 사람들 딱 한번 봤다. 언제 어디서 좀비가 나올지 모르는데 티셔츠 한장 입고 야구 방망이 들고 활보를 하고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데 아마도 그렇게 무장을 하면 잘 죽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런 것같기도 하고 아니면 기동성이 떨어져서 그런 것같긴 한데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다. 무거워서 기동성이 떨어져서 그렇다면 시즌 11까지 나왔는데 그런 거 연구할 시간도 의사도 없었단 말인데 아니면 어떤 설정일지 모르겠다만 보는 내내 답답했다.
아니면 그냥 소위말하는 폼내기 위해서인가?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봐서 그런지 몰라도 이걸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도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볼 정도의 분장이다. 눈만 가리면 모른다는 설정은 지금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눈이 마음의 창이란 말도 있듯이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영화에 집중을 할 수 없는 설정이다. 누구인지 모르려나?
예를 든게 대부분 영화인데 드라마는 특히 한국 드라마는 말할 필요가 없이 디테일이 아예 없는 세계라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만 현실 세계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간 까칠한 사람, 반사회적인 사람으로 찍히기 딱 좋다. 하지만 눈에 걸리는건 사실이다.
(어설프고 뻣뻣한 연기는 둘째치고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상황, 복장, 도구, 시나리오등 몸서리치도록 어색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을 나쁘거나 이상하게 보진 않는다. )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디테일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작은 것에 감동받는다는 말이 그런 것인데 현실 세계를 사이버 세계로 옮기는 프로그래밍 영역에서도 예외는 없다.
과거 내가 대기업 연구소에 있을때 산업대학교 어느 교수와 산학협력으로 과제를 하나 한 적 있다. 그 교수님은 직접 프로그램도 같이 하는 분이었는데 작성한 프로그램을 보면 '와 이런 것까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디테일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기억에 나지 않지만 그때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은 지금도 기억난다.
좋은 디테일이던 나쁜 디테일이던 그런 것이다.
나중에 모든 것의 기억이 희미해지더라도 남는 것은 이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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