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x 스타일은 어떤 Task가 맡은 일을 끝내고 조용히 다음 명령을 기다리는 전통적인 Unix의 동작 형태를 말한다.
결과를 요란스럽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프롬프트를 표시하면서 기다린다.
반면, 일을 잘 끝내지 못했던가 에러가 발생하면 세상 요란하게 알린다.
현실 세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게 이렇게 일했다간 잘릴 위험이 있다. 요즘에는 회사에서도 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핸드폰과 디바이스를 이용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물론 좋은 결과만 알리기를 바라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성공만 크게 부각시킨다. 사실 이렇게까지 소통을 할 필요가 없는데 소통병에 걸린 사람들은 광적으로 정보를 보내고 받고 있다.
자신의 JOB의 관점에서는 그리 좋지 않은데 왜냐하면 정보의 차이가 곧 전문성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실 전문성이라는 것이 필요없는 조직, 이를테면 공기업이나 공무원에 속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곳은 이런 정보 공유를 활발히 시도하고 있다. 자신의 Job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일을 많이 알수록 좋으니까 정보의 격차를 굳이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 이해가 되긴 하는데 이런 사고가 전반적인 한국의 직장인의 보편적인 생각인 것 같다.
현실에서는 Unix 스타일이 완전히 거꾸로 작동한다. 성공했을 경우 요란하고 실패했을 경우 조용하다.
이것 역시 이해가 된다만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Unix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사실 Unix 스타일은 현실에서 지키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실패했을 경우, 이를테면 업무적인 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어떤 식으로던 표현을 해야 할 경우 온갖 에러를 뱉어내는 방식으로 했다간 이상한 까칠한 상종못할 인간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있다. 반면 수도승처럼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잘못된 일이라도) 좋은 웃음만 머금는 사람은 젠틀맨, 인격적인 사람으로 존경을 받는 경우가 아주 많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나같은 경우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참여자 대부분이 비전문가들이고 내 역할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개념을 증명하는 일이기 때문에 Unix 스타일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그러니까 잘못된 경우 강한 메시지를 내보내야 하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이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외적인 이미지만 항상 생각하고 다른 기관과의 관계만 신경 쓰고 틀린 것을 술 한잔에 넘겨버리고 좋은 웃음, 큰 웃음, 원만한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남겨지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이라 이런 사람들 틈에서 견디기가 쉽지 않다.
최근까지 일이 많아서 힘든 적은 없는데 정작 힘든 것은 이런 Unix 스타일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힘들다.
특히, 이런 Unix 스타일을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해못할 경우 정말 힘들다.
군대도 그렇지만 이 곳도 내무반 생활이 제일 힘든 것 같다.
어쩌면 Unix 스타일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시점이 떠날 시간인 것 같기도 하다.
Unix를 설계한 사람들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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