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촌토성은 내가 생각하기에 서울에서 가장 이름이 예쁜 지하철역 이름이다.
꿈꾸는 마을.. 참으로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백제시대의 유적지라고 하는데 사실 어제 자전거 타고 갈려고 했던 목적지였는데 계속 가다간 얼어 죽을 것 같아 포기한 곳이다.)
이 이름이 예쁘다고 느끼는 사람이 몇몇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강남역', '김포공항역', '발산역', '신도림역' 이런 무미건조한 이름보다는 훨씬 여유가 있고 한번 들으면 잊히기 어려운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백제 시대에 이름을 지었는지 그 이후에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온 나라(나라라고 불릴 자격도 없지만) 가 자폐증과 자조증에 걸린 조선 시대에 이 이름을 지었다면 그 사람은 가히 혁명가라고 할 만하다. 말 나온 김에 조선시대 왕궁을 가 보면 이게 한때 왕이 살았다는 곳이라고 하는데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란 것을 알 수 있는데 유교와 성리학이라고 하는 지독한 전염병의 폐해를 알 수 있다. 조선은 나라가 아니었다.
동해라고 하는 지명이 있다. 동쪽에 있는 바다란 뜻인데 이게 우리 땅인지 일본 땅인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유도 이름이 동해라서 그런것이다. 동쪽에 있으면 중국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비록 황당한 동기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동쪽에 있는 바다니까.
2023년 인기있는 신생아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할 말을 잊게 만드는 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이름이다.
발음하기 좋고 뭔가 있는 듯한 그리고 의미도 있으면 더 좋겠지만 반드시 2글자로 지어야 한다는 규칙을 잘 따르고 있는 것 같으나 기억하기에 상당히 어렵고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이름들이다. (왜 이 규칙을 철저히 따르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지금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상들의 절반 가량은 조선시대 노예였는데 말이다. 나도 딸 이름 지을 때 주위 사람들이 벌떼같은 들고일어나는 것을 본 이후 어쩔 수 없어서 할 말은 없다만)
지명도 그렇고 이름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미적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능만 중시한다. 동해, 서해, 남해 보다 해뜨는 바다, 해지는 바다, 조용한 바다 이런 이름이 훨씬 좋지 않은가. 몽촌토성을 에워싸고 있는 아파트 이름을 보면 파크리오, 올림픽파크텔, 올림픽아이파크등이 있는데 몽촌아파트, 꿈꾸는 아파트는 없다. 촌스러워서 그런지 브랜드를 드러내는 게 집값에 유리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다만 역시 이름 외우기가 상당히 힘들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건 민족성하고도 관련이 있는데 기능보다 우선해야하는것이 추상적 개념이다. 추상적이란 말은 실체를 설명하기에 어렵지만 누구나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어떤 성질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오늘 참 예쁘다란 말을 들으면 예쁘다란 단어를 설명하기엔 어렵지만 기분은 좋아지고 누구나 듣고 싶어 하는 말인 것처럼 시스템을 분석, 설계하는 단계에서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개념이다.
외국 엔지니어들이 이런 추상적 개념을 잘 이해하고 문서화 작업을 잘한다.
개념적에서 논리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시스템의 흐름을 설명하면서 설계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고급 혹은 시니어 엔지니어라고 부르는데 물론 우리나라에서 이야기하는 시니어의 뜻과는 많이 다르다. 이를테면 소설을 쓰듯이 부드럽게 이 과정을 설명하고 수행하는 외국 엔지니어를 몇몇 만난적이 있는데 그때는 나도 어려서 이해하지 못했다. 그 당시 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이제 커리어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마당에 그때 그 엔지니어들을 만난것은 어떻게 보면 행운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 누군가에게 끝자락에 생각나는 사람이 된다는 것도 큰 자랑이 될것 같기도 하다.
과연 내가 그런 사람이었는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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