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풍요로웠던 마지막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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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와 하수의 차이

프로그램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미적 수준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위의 사진은 우리 동네에 몇 년 전에 생긴 아파트이다. 이게 아파트라고 하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고 지은 것인지 죄수들 수감하려고 만든 교도소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데 상당히 잘 만든 아파트라고 신문, 방송에 칭찬이 자자하다. 수도, 전기, 도로등의 인프라와 플랫폼만 잘 만들어놓으면 잘 된 아키텍처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는 생각인 모양인데 내가 보기엔 이것은 주위 환경과의 조화, 건물 자체의 미적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의식주의 관점에서 설계되고 만들어진 제품이다. 즉, 기능만 강조한 것으로 소프트웨어로 치자면 확장 가능한 유연한 구조, 모듈 간의 간섭 없는 독립적인 응집성 그리고 사용자를 고려한 U..

일상 2023.06.12

어느 노인과 아들

내가 자전거를 탄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체력의 한계 때문에 항상 정해진 코스를 주말에 왕복한다. 시간은 6시간 정도인데 아주 자주 쉬기 때문에 실제로는 4시간 정도 달리는 것 같다. 약 1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용인 세브란스 병원이 나타나는데 건물 맞은 편에 운동 기구가 있는 작은 언덕 앞을 지나간다. 언제부터인가 이 부근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휠체어를 탄 노인과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따뜻한 햇볕과 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의 몇 달 동안 봤던 것 같다. 노인은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는데 입원복 아래로 보이는 발목과 정강이 부분이 까만색에 가까운 어두운 색이었다. 아들로 보이는 사람은 노인의 상태를 무심한 눈으로 지켜보면서 먼 산을 가끔식 응시하곤 했는데..

일상 2023.06.12

존 카맥 (John Carmack)

Doom을 모르는 사람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마도 비교적 최근의 세대는 잘 모르지 싶다만 내가 젊을 때 엄청 유명했던 게임이다. 대학원 랩실에서 이것 끝까지 가보겠다고 밤샘했던 적도 있는데 아무도 없는 방에서 소리 크게 해 놓고 게임하다 보면 조금 으스스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게임을 만든 천재 소리듣는 사람이 바로 존 카맥이다. ID 소프트웨어 라는 유명한 회사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고 최근까지는 페이스북에서 근무했었다. 잘 만들던 게임업계를 떠나 느닷없이 로켓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잠시 딴 일을 하더니만 다시 VR 관련 일을 하면서 돌아오기도 했던 어쨌든 내 기준으로 잘 나가는 개발자다. 이 사람은 구글에서 찾아보면 정보를 많이 볼 수 있는데 하도 유명한 사람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내가 굳이 이..

일상 2023.06.12

길 잃은 고양이

길 잃은 고양이는 토모에를 말한다. (어찌 된 건진 모르겠지만 난 토모에란 이름을 좋아한다. 이유는 모른다.) 자신의 약혼자를 도살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국 자기 목숨을 걸고 켄신을 구한 여자다. 이 에피소드는 워낙 유명한 바람의 검심 추억편의 제일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으로 비장한 OST는 지금 들어도 감동적이다. 토모에는 켄신의 빰에 난 십자형의 상처를 낸 인물이자 사랑이란 게 뭔지 정확하게 보여준 사람이다. 켄신과 토모에의 끝이 보이는 사랑, 파괴적인 사랑이 인상적인 에피소드였다. 두 사람의 감정을 딱 하나로 집어낼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 사람의 어떠한 것, 모든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좋아한다는 감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이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고 자신의 목숨..

일상 2023.03.28

시작하며

거의 하루종일 온라인에서 생활하고 온라인 생태계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도 온라인에서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도 하고 했었는데 어느 순간 모두 끊어 버린 이유는 한 가지였다. .. 내가 강아지하고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고 시간 낭비일 뿐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온라인에서 사라졌던 것 같다. 사실 그 당시에 할 말도 그렇게 많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할 말이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떤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써 살아온 인생, 세상을..

일상 202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