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풍요로웠던 마지막 프로젝트

일상

마지막 프로젝트를 끝내며..

수지잡스 2024. 3. 26. 13:01

이곳에서의 마지막 프로젝트가 끝났다.

끝났다기보다 끝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사실 이곳에서 나간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올 때까지 압박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이한 프로젝트였다.

PM의 역할을 했지만 PM 이 아니며 PL의 일도 했지만 PL로 불리지도 않았고 아키텍트의 역할을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나를 그냥 개발자로 부른다.  명칭과 타이틀은 상관은 없다만 내 정체성이 혼란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다수의 국내 대기업과 같이 협업해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다소 특이한 형태이긴 했다.

나는 내가 속한 기관의 개발자이면서 전 시스템을 설계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속한 기관을 대표하는 역할은 또 아니었다.

회사 내에서도 회색 지대에 머물면서 전체 시스템을 관장하는 역할인데 사내 외 정치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몫이었고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미미했다.

  

이제 떠나는 마당에 생각나는 느낌 몇 가지 적어보자면, 

IT를 모르는 사람들에겐 개발자는 모두 똑같으며 수준이 차이가 나는 것을 이해 못 한다
IT를 모르는 사람들은 개발자 사이에 생산성이 많게는 10배도 넘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 못 한다
조직과 규정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개발자는 절대 관리자를 이길 수 없다

 

이것 이외에  여기서 가장 특이하다고 느낀 점은

새로 들어온 개발자가 능력이 안 되는 것은 선임 개발자가 폐쇄적인 마인드로 잘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점인데 여기만 독특한지는 모르겠다만 정말 신선한 발상으로 인해 가히 충격적이었다.

(더 큰 충격이 있긴 한데 차마 말 못 하겠다)

 

 

 

톰 드마르코의 피플웨어는 이곳에서는 전혀 통용되지 않았는데 희한하게도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나이에 비해 노회 한 모습을 보니 내가 지금껏 세상을 잘못 살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묘한 경험을 했다.

(세대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럴것이다. 아니 그래야 할것 같다.)

 

이제 나는 떠난다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프로젝트 잘 마무리하고 좋은 결과 나왔으면 좋겠다.

아마도 나는 또 다른 프로젝트를 찾아야겠지만 여기서의 프로젝트에 대한 기억은 오래 남을 것 같다.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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