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풍요로웠던 마지막 프로젝트

일상

아이폰과 갤럭시

수지잡스 2023. 12. 14. 09:09

삼성전자에서 만든 갤럭시는 늙은이(틀딱)이나 쓰는 것이지 젊은 사람이나 어린 사람들은 무조건 아이폰을 선호한다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선호 정도가 아니라 갤럭시 쓰는 사람을 무시 혹은 경멸한다고 하니 사람의 이미지를 바꿀 정도의 격차가 벌어진 것 같다. 이건 나도 젊은 친구나 어린 친구들을 우연히 만날 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사실 이런 말들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나는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을 복사 수준으로 베끼기위해 특허를 침해하고 그 결과 1조가 넘는 배상금을 지불한 사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애플의 디자인과 성능은 넘사벽이다. 

 

 

 

이건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 라고 하는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의 역할 때문인데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을 떠났다.

이 사람은 워낙 유명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지금도 잘 나가는 중이다.

 

 

 

내가 처음 접한 프로그램 언어는 어셈블리와 C 였는데 이건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게 아니라 그 당시 이게 최선이었기 때문이었다. IBM XT 가 처음 나왔을 때 메모리가 64K 인가 그랬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적은 용량인데 그 당시엔 이것도 상당한 숫자였다. 프로그램을 이 작은 메모리를 이용해서 하려면 당연히 코드가 아주 간결해야 하고 메모리를 머릿속에 그리고 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하다 보니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있는것 같다. 지금은 메모리가 기가 단위로 원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고 저장 공간도 거의 무한정 그리고 클라우드에서 스케일 업/아웃도 가능한 세상이라 하드웨어에 대한 기대라던가 흥미는 거의 없다.

 

아이폰이나 특히 갤럭시는 새 제품이 출시되면 항상 성능을 강조하는데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와닿지 않고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아이폰을 선호하는 이유는 2가지가 있다. 

 

첫째. 아이폰은 예쁘다. 조니 아이브가 워낙 출중한 사람인 것도 있지만 스티브 잡스의 소울메이트로 불릴 정도로 서로 잘 통했었고 밥도 항상 같이 먹고 다녔다고 한다. 당연히 수많은 대화가 있었을 것이고 스티브 잡스의 철학도 녹아있고 아이브의 영감도 섞여있을 것이다.  철학이란 단어를 쓸 정도로 한마디로 아이폰은 디자인에 목숨 걸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갤럭시는 이런 철학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학교 프로그램 동아리의 작품이라는 느낌이 확 든다.

 

둘째. iOS는 주인이 있는 놈이고 Android는 주인이 없다는 느낌이다. 뭔가 잘 관리되고 존중받는 쾌적한 식당에 들어가는 느낌과 아무나 들어와서 마음대로 먹고 마시고 떠들고 가는 식당의 차이라고 할까 iOS와 Android의 이미지가 그 정도로 차이가 난다.  

 

이런 이유때문에 아이폰을 좋아하는데 한편 삼성전자가 애플을 잡기 위해 '애플따라하기' 조직을 만들고 400여 명, 4000억, 1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사내에서 시도했는데 모조리 실패했다는 KBS의 다큐도 있었다.

 

왜 따라잡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콘웨이의 법칙 (Conway's law)이 떠오른다.

 

조직이 만드는 시스템의 구조는 조직의 의사소통 구조를 닮는다

Any organization that designs a system (defined broadly) will produce a design whose structure is a copy of the organization's communication structure

 

 

삼성전자 정도의 회사면 엄청난 경력과 스펙을 가진 국내외 인력과 인프라가 있을텐데 실패한 원인이 그런 것이 아닐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콘웨이의 법칙에 따르면 조직의 문화나 구조가 원인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짐작은 어렵지 않은 게 삼성전자는 근본적으로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다. 

 

하드웨어 회사가 소프트웨어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비단 삼성전자가 아니라도 이런 사례는 많다. 문제는 엔지니어만 뽑아서 노트북만 던져주면 결과는 원하는 대로 나온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말 그대로 소프트하기 때문에 그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제일 큰 원인은 삼성전자에는 스티브잡스와 조너선 아이브가 없기때문이 아닐까 추측된다. 아니, 있긴 할 텐데 조직의 문화와 개인적인 관계를 잘 견딜지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저 그룹과 개인에게 회사는 무한한 기회와 보상을 제공했겠지만 문화라는 것은 공기와 같아서 구호만 외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소프트웨어 체질과 조직 그리고 문화를 만드는 작업은 어렵다. (내가 있는 이곳도 마찬가지다)

 

갤럭시가 아이폰을 넘기위해 아마도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포기했을 수도 있다. Fast Follower 전략은 상당히 소모적이며 항상 긴장해야 한다. 빨리 쫒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상당히 충격적인 반전 없이는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최소한 틀딱폰 혹은 SameSoon 이란 비웃음을 받지 않으려면 변신은 필연이라고 본다.

 

아래의 장면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어야겠지만.

 

https://youtu.be/Rd-ru-j_T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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