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빨고 만든 노래

White Rabbit이라는 노래가 있다.

 

영화 Matrix의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는 메시지를 받고 네오가 트리니티를 만날 때 사용했던 그 토끼다.

 

Jefferson Airplane 이라는 그룹이 만들고 부른 노래인데 이 그룹은 60년대 히피 문화를 이끄는 대표적인 사운드였다. 아마 현재의 세대들은 대부분 모를 텐데 당시 미국은 LSD라고 하는 마약이 불법이 아니었고 평소 마약을 즐겨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약을 즐겨했다던 이 그룹의 싱어인 그레이스(Grace Slick)이라는 여자가 작곡했다고 한다.

 

 

가사를 보면,

One pill makes you larger and one pill makes you small
And the ones that mother gives you don't do anything at all
Go ask Alice, when she's ten feet tall

And if you go chasing rabbits And you know you're going to fall
Tell'em a hookah-smoking caterpillar has given you the call
Call Alice when she was just small

When the men on the chessboard Get up and tell you where to go
And you've just had some kind of mushroom and your mind is moving low
Go ask Alice, I think she'll know

When logic and proportion have fallen sloppy dead
And the White Knight's talkin' backwards And the Red Queen's off with her head
Remember what the dormouse said
Feed your head,
feed your head

 

번역하면, 

알약을 하나 먹으면 커지고 또 하나 먹으면 작아지지만
엄마가 주는 알약으로는 아무 효과 없어
앨리스가 10피트로 커지면 가서 물어봐

토끼를 쫓다가 쓰러질 것 같으면 파이프를 물고 있는 애벌레가 불렀다고 말해
앨리스가 작아지면 그 때 불러
체스판에 있는 병정들이 일어나서 길을 알려 주고 이상한 버섯을 먹고 정신이 몽롱해지면 앨리스에게 물어봐
앨리스는 알고 있을 거야

논리와 균형 감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백기사는 말을 거꾸로 하고 붉은 여왕의 목이 잘리면 생쥐의 말을 떠올려 봐
"머리에 양식을, 머리에 양식을"

 

가사를 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한 주인공들이 보이는데 앨리스(Alice, 내가 좋아하는 영어 여자 이름)가 약을 먹으면 커지고 작아지고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게 마약 때문에 생긴 환각이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특히 'Feed your head'라는 부분은 '약을 해'라고 권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근데 결정적으로 가사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맥락을 알 수가 없다. 역시 약의 효과인듯 하다. 애꾸섬에 들어온 두눈 멀쩡히 달린 사람의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로서는 이런 사람들을 보면 조금 위안을 얻는다. 최소한 그레이스는 약을 먹고 이런 노래라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약 안 먹고 웃으면서 깜짝 놀랄만한 짓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이 사람들은 그래도 생산적인 일이라도 한다. 

 

또 하나 그레이스가 노래는 잘하고 목소리도 상당히 매력적인데 노래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약을 해도 그리 좋은 리듬은 나오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파울 칼크브래너(Paul Kalkbrenner)의 믹싱을 듣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