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자전거를 탄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체력의 한계 때문에 항상 정해진 코스를 주말에 왕복한다. 시간은 6시간 정도인데 아주 자주 쉬기 때문에 실제로는 4시간 정도 달리는 것 같다.
약 1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용인 세브란스 병원이 나타나는데 건물 맞은 편에 운동 기구가 있는 작은 언덕 앞을 지나간다.
언제부터인가 이 부근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휠체어를 탄 노인과 아들로 보이는 사람이 따뜻한 햇볕과 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거의 몇 달 동안 봤던 것 같다.
노인은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는데 입원복 아래로 보이는 발목과 정강이 부분이 까만색에 가까운 어두운 색이었다.
아들로 보이는 사람은 노인의 상태를 무심한 눈으로 지켜보면서 먼 산을 가끔식 응시하곤 했는데 그 모습이 뭔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이런 사람들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 지난 주 토요일, 일요일 날씨가 더웠지만 좋았는데 이틀 동안 이 사람들을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좋지 않은 일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만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부근을 지나갈 때마다 생각이 날 것 같다. 노인을 바라보는 아들의 알 수 없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죽음이란 일상이란 것을 잊고 살았던 것같다. 생각하기 싫어서 자전거 타듯이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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