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고양이는 토모에를 말한다. (어찌 된 건진 모르겠지만 난 토모에란 이름을 좋아한다. 이유는 모른다.)
자신의 약혼자를 도살한 사람과 사랑에 빠져 결국 자기 목숨을 걸고 켄신을 구한 여자다. 이 에피소드는 워낙 유명한 바람의 검심 추억편의 제일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으로 비장한 OST는 지금 들어도 감동적이다.
토모에는 켄신의 빰에 난 십자형의 상처를 낸 인물이자 사랑이란 게 뭔지 정확하게 보여준 사람이다. 켄신과 토모에의 끝이 보이는 사랑, 파괴적인 사랑이 인상적인 에피소드였다. 두 사람의 감정을 딱 하나로 집어낼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 사람의 어떠한 것, 모든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좋아한다는 감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이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고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점이 나에게 이 에피소드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는 이유다. 식상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나도 그렇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이런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돈키호테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인생은 진검 승부다. 진검이라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발도제 켄신의 스승
이 양반은 비천어검류라고 하는 검술의 창시자이자 대단한 은둔 고수인데 켄신을 제자로 받아들인 후 분노와 살기로 미쳐 날뛰는 켄신에게 어느날 한마디 한적 있다.
검술의 목적과 기본은 어떤 말로 둘러대더라도 본질은 살인일 뿐이다.
역시 고수 다운 말이다.
이 양반과 나는 어떤 면에서 닮은 점이 많이 있는 것 같다.
Keep It Simple, Stupid.. 간단한 게 답이야 멍청아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오래 회자되는 KISS와 일맥 상통한다. 본질을 잊어버리고 복잡함이 곧 자신의 실력이라고 믿으며 알 수 없는 뿌듯함으로 멍한 눈동자의 관중을 향해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게 얼마나 헛된 짓인지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평생이 걸려도 단순한 것에서 오는 설득력과 파괴력을 알지 못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의 기본은 50년 전에나 지금에나 바뀐 것이 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순함이 있다. 문제를 단순하게 추상화하고 설명할 수 있는 엔지니어를 우리는 흔히 고수라고 한다. 나는 이런가? 아니면 이런 사람과 같이 일하고 있는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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